즐거운 편지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즐거운 편지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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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알게 해준 문장들
그리고, 편지
1연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은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사소한 일처럼
내 삶의 한 부분이에요.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에게 갈 거예요.
2연
내가 당신을 기다리면서 느낀 건,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느 눈 오는 밤에
문득, 나는 이 사랑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다만 내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건,
당신을 사랑한 내 마음을 고맙게 여기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그 또한 삶의 한 부분이 되겠죠.
이렇게 해석해 보았다.
사랑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이런 것 또한 사랑이라고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에게 새로운 사랑이 온다면,
나는 그 사랑에 또한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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