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좋아하는
[시]상처에 대하여
구영자
2019. 9. 29. 12:45
상처에 대하여
-복효근
오래 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어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버마재비 사랑(시와시학사시집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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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화자는 누이의 상처를 보고,
그 상처는 꽃향기를 괴기 위한 밑거름이라 느낀다.
세상에 상처를 안 받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상처로 인해
꽃향기를 갖게 될지는 그 사람의 몫이다.
문득 다치고 또 다치는 사람을 보면,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의문이 들기 마련일 것이다.
흔히 걱정이라고 포장되어 있는 그 말을 입에 담기 전에
그 사람이 꽃향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나 또한 지금의 상처가
누군가에게 좋은 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아닌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